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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미스치프 MSCHF 전시 후기(4/28까지 연장)

re비타민트 2024. 4. 3.


대림미술관의 미스치프 전시가 인기에 힘입어 4월 28일까지 한 달간 연장을 한다고 한다. 기존 3월 31일까지로 알고 아쉬웠던 분이 있다면 연장 찬스를 놓치지 마시고 봄나들이로 겸사겸사 다녀오시길...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전시였기에 추천한다.

전시장-1층-굿즈샵에-붙어-있는-다양하고-컬러풀한-포스터들
1층 굿즈샵의 컬러풀한 포스터들과 아래는 전시 도록

전시정보

MSCHF: NOTHING IS SACRED
미스치프: 신성한 것은 없다

- 전시장소:
대림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길 21)
- 전시기간: 2023.11.10 (금) ~ 2024.04.28 (일)
- 운영시간: 화, 수, 목, 일 11:00 ~ 19:00 (입장 마감 18:00)
금, 토 11:00 ~ 20:00 (입장 마감 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단, 04.22 월 정상운영)
- 이용요금: [정가] 성인 1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할인가]
30% ~ 최대 50%
매달 마지막 수요일(04.24)은 문화가 있는 날로 50% 할인 적용
- 예매정보: 대림미술관 예매 - 온라인 회원은 결제 단계에서 정가의 30~50% 할인 적용
(단, 청소년 및 어린이 티켓은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만 구매가능)
네이버 예매 - 성인 정가의 30~50% 할인 적용
인터파크 티켓 - 성인 정가의 30~50% 할인 적용
- 취소/환불: 관람 전일 오후 5시까지 예약 취소 가능. 이후에는 취소, 변경, 환불 불가
- 주차정보: 일반주차 불가 (장애인 및 임산부 등 사회배려형 주차공간으로만 사용)

대림미술관-로고와-안내-입간판이 있는-입구-전경대림미술관-출구-전경-양쪽-벽멘에-가득한 포스터들
대림미술관 입구와 출구 전경

전시소개

요즘 가장 핫한 전시 미스치프란?

미스치프(MSCHF)는 '장난 짓 Mischief'에서 따온 이름이다.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 케빈 위즈너, 루카스 벤텔, 스티븐 테트로가 설립했으며,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현재 30여 명이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무엇'이다 정의 내리지 않고, 패션 브랜드처럼 2주마다 꾸준히 새로운 한정판 작품을 '드롭(Drop)'하고 있다. 작품마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되며 고가에 판매가 되고 있다.

패션, 예술, 대중문화, 사회적 제도, 관습, 문제 등 그 어떤 것이라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상을 상대로 한 위트 있는 시비, 도발을 하며 예술계의 악동이라고 불린다. 미스치프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시제목 - 미스치프: 신성한 것은 없다

강렬한-빨란-벽에-흰색으로-적혀-있는-전시-슬로건-및-소개글
2층 입구에 있는 전시 슬로건과 소개글 일부

전시장은 1층 굿즈샵에서 티켓 확인하고 입장하면 2층부터 전시가 시작되고 4층까지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2층에 도착하면 바로 보이는 강렬한 레드벽에 이번 전시의 슬로건과 전체적인 소개글이 적혀있다. 나는 3월에 다녀왔기에 전시기간이 연장 전 날짜로 되어 있다. 읽어보니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전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라고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스치프의 첫 미술관 전시를 우리나라에서 하다니 너무 뜻깊은 전시잖아.(감동)

'신성한 것은 없다'는 전시 슬로건은 종교나 거대 브랜드 등 세상에 우리가 못 건드릴 절대 법칙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2층 ARCHIVE 아카이브

2층-아카이브-섹션의-8권의-매거진의-디지털버전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미스치프가 분기마다 인쇄물과 웹 형태로 발행하는 잡지를 디지털 버전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주로 한정판으로 발표한 작품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 미스치프의 핵심 가치를 담은 아카이브용 자료로 현재까지 1권의 특별판을 포함해 총 8권의 매거진을 발행했다.

섹션 벽면 한 편엔 "우리는 세상의 정의할 수조차 없는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한다."라고 CEO 가브리엘 웨일의 그들이 추구하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정의할 수조차 없는'이라.. 발상이 확실히 남다르다.

2층 MULTIPLAYER 멀티플레이어

MSCHF-Box-박스-버튼을-누르는-게임-참여형-전시작품티파니와-협업해서-만든-한정판-트로피

멀티플레이어 섹션에서는 블랙 유머를 담은 게임 형식의 작품들로 보통 게임의 소재로 다루지 않는 정치, 사회, 경제, 투자 등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 참여와 경쟁을 유발하는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건 티파니앤코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100개의 한정판 트로피.
스포츠의 우승 트로피는 희소가치를 가지고 있어 오직 챔피언만이 소유할 수 있지만 이 트로피는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었으며, 구매한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지고 가장 빠르게 구매한 순서대로 1, 2, 3등 트로피를 나머지 구매자들은 참가상 트로피를 받았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한 모두에게 트로피를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사치품의 특권을 풍자한 것이라고. 어쨌든 사진으로는 티파니에서 수공예로 만들었다는 트로피의 비주얼이 다 담기지 않는 게 아쉽네.

미스치프-로고가-적힌-천개의-모자와-양말

천 개의 모자를 사거나 못 사거나 둘 중 하나. 사려면 천 개를 모두 사야 하는 '독점권'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독점 문화'를 비판하는 작품.

2층 FRAUD FOR ALL, FRAUD FOR ONE 모두를 위한 사기, 하나를 위한 사기

모두를 위한 사기, 하나를 위한 사기라는 뜻의 이번 섹션에서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체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스치프의 발상을 엿볼 수 있다.

개개인이 모여 집단으로 만들어 낸 결과가 때로는 수단을 정당화할 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갖기도 하고, 부당한 제도에 맞서려는 시도가 개인의 이익이 되기도 하는데, 결국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경계를 넘나들며 벌이는 사기성 행위들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총을-반납하면-바꿔준다는-검인데-반납한-총을-녹여-만들었다고함

총기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총을 반납하면 그 총을 녹여서 검으로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 총기 소지 문제는 미국의 큰 사회문제로 총기 강박증을 풍자하면서도, 참여자들의 무기에 대한 심리적 집착을 활용해 총기 반납 및 매매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어린이의-필체로-편지를-써주는-로봇로봇이-어린이필체로-작성해준-손편지가-여러장-벽면에-붙어있다

어린이 십자군 프로젝트는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 공무원에게 의견이 잘 전달될 수 있게 어린이의 필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을 만들어 놀이이자 짓궂은 장난이 공익을 가져다준다는 명분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key4all-전시코너-투명볼-속에-있는-차키-하나

'자동차 한 대에 5,000개의 키' 20달러를 주고 차키 하나만 구매하면 누구나 차 주인이 될 수 있다. 대신 경쟁자는 5천 명, 차 위치는 실시간으로 알려준다고 하는데 미스치프는 사실 이건 게임이 아니라고 한다. 언제든 뺏길 수 있는 공유 자동차와 이를 뺏기 위한 자본주의 경쟁. 우리가 열광했던 '공유 경제'는 사실 허상은 아니었을까? 그들은 또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3층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
나머지는 모두 마스터카드로.

섹션의 제목은 1997년 마스터 카드사의 브랜드 캠페인 문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나머지는 모두 마스터카드로."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 섹션에선 명품브랜드, 도서, 식품, 의약품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정판으로 선보인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유명한' 혹은 '한정판'이라면 무턱대고 소유하려는 심리와 이를 이용해 시장을 장악한 브랜드들과 그러한 행위를 조장하는 기관, 기업들 모두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아톰-부츠로-유명한-빅-레드-부츠-전시-코너빅-레드-부츠를-직접-신어볼-수-있는-포토존

<빅 레드 부츠>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 직접 부츠를 신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명 '아톰 부츠'로 불리는 빅 레드 부츠는 전 세계 셀럽들에게 엄청난 인기다.

저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인 비주얼 뒤에는 그들의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만화적인 것이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는 것" 

똑같은-티셔츠에-적혀있는-가격은-전부-다르다유명브랜드나-명품-쇼핑백들이-진열-되어있다

똑같은 티셔츠인데 새겨진 티셔츠의 가격은 0~1,000달러로 다르다. 분명 같은 티셔츠인데 가격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 이는 합리적 소비보다 '이름값'에 목숨 거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풍자하는 듯하다.

명품보단 명품을 샀다는 걸 보여줄 인증용 쇼핑백이 중요하지 않냐며 단 40달러면 명품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쇼핑백만 있으면 적어도 '부자처럼' 보인다며. 나도 이케아 쇼핑백은 있는데 부자처럼 보이려나.. 미스치프는 정말 풍자의 장인이다.

현미경으로-봐야하는-소금-한-톨-보다-작은-루이비통-가방에르메스-버킨백을-분해해-만든-버켄스탁-디자인의-슬리퍼

위에 두 전시는 명품에 목매는 사람들을 풍자한 프로젝트다.
현미경으로 봐도 겨우 보이는 소금 한 톨보다 작은 루이비통 가방이 본래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함에도 8,400만 원에 팔렸다.

또한 구하기도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을 분해해 버켄스탁 슬리퍼를 만들었는데 이 마저도 명품 못지않은 가격인데 여기에 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생겨 앞 다퉈 구매를 했다고.

미스치프에서-출시한-산업용-윤활유-향을-본떠-만든 향수

미스치프에서 출시한 미국 산업용 윤활유 향을 본떠 만든 향수다.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을 겨냥한 제품으로 WD-40과 같은 가정용 제품은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는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어 향수로서의 강한 잠재력을 내포한다고 한다.

이 향수를 뿌린 누군가에게서 가스향이 느껴진다면 절대 못 잊을 거 같긴 하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는지 대단하다.

성수로-만든-세-가지-맛으로-출시된-음료

95%의 성수와 5%의 알코올이 함유된 세 가지 맛으로 출시된 음료이다. 정말 미스치프에게는 신성한 영역은 따로 없는 듯하다. 근데 또 비주얼은 왜 이렇게 예술인 건데.. 이렇게 눈부신 알코올음료는 처음이다.

4층 NOTHING IS SACRED 신성한 것은 없다

흑과-백-절반으로-나뉜-4층-전시-전경

전시 슬로건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4층 마지막 섹션에 들어서면 화이트와 블랙으로 딱 반으로 나뉜 강렬한 전시장이 시선을 끈다.

전시장은 경계를 분명히 해뒀지만 작품들은 예술, 종교, 군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를 흐렸다. 표현의 자유 안에서 처벌받지 않는 선을 넘나들며 이 세상에 예술로 건드리지 못할 '신성한' 것은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섹션이다.

밑창에-성수를-넣어-만든-하얀색-나이키-성수-운동화백과-흑-절반으로-나뉜-벽과-잡지에-사탄운동-설명이-있다밑창에-실제-사람- 피를-담은-검은색-나이키-사탄-운동화

많은 브랜드와의 콜라보 속에서 미스치프는 예수님과의 콜라보를 시도, 운동화의 에어솔 부분에 요르단 강의 성수를 넣은 '제우스 슈즈'를 내놓았고, 이후 진짜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사탄 슈즈'를 선보였다. 사탄 슈즈로 인해 나이키에 소송을 당했지만 재판 없이 합의로 종결됐다고 한다.

데미안-허스트의-스팟-페인팅-작품을-점-하나씩-자른-작품-전체데미안-허스트의-스팟-페인팅-작품-점-하나씩-자른-작품-부분

또한 미스치프는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중 한 작품을 2018년에 구입 후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잘라서 108개의 개별 작품을 만들고, 남은 프레임까지 작품으로 모두 판매했다.

기존 하나의 작품을 창의적으로 나누면 한 사람이 소유한 고가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결과적으로 원래 작품보다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니 7배 더 비싼 가치가 된 것이다.

앤디워홀의-작품을-구입-후-가품-999점을-복제한-후-진품과-섞어-판매한-작품-전체앤디워홀의-작품을-구입-후-가품-999점을-복제한-후-진품과-섞어-판매한-작품-부분

앤디 워홀의 작품 진품을 1점 구입 후 가품 999점을 복제해 섞어서 판매했는데 미스치프는 복제해 판매하는 과정을 예술로 간주했다. 1점의 진품과 999점의 가품을 섞어 판매했기에 누가 진짜 진품을 가졌는지 알 수 없어 프로젝트명이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이라고.

짧은 감상평

설립자-중-하나인-케빈-위즈너의-어록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케빈 위즈너'의 말대로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얼마만큼 주목받느냐에 달려있다면 미스치프의 예술적 가치는 이미 넘쳐흐를 듯. 전시 내내 너무 기발하고 위트 있고 시비나 도발마저 이렇게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번 전시로 팬이 됐고, 그들의 광기를 응원한다.

당부의 말

모바일-가이드와-함께-전시를-보라는-추천글

전시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어폰 필수 지참해서 대림미술관 앱을 깔고 무료 모바일 가이드를 들으면서 관람하길 바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아는 게 없으니 놓친 것들도 많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깨닫고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어서 다른 분들은 더 재미있게 즐기길 진심으로 바란다. 참, 사진 촬영은 되고 동영상은 촬영은 안되니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다. 이 리뷰는 전시의 일부만 나름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으니 직접 즐기고 체험하기를 적극 권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 평일 4시쯤 갔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사진들은 사람을 피해서 요리조리 찍었기에 없어 보이는데 체감상으로는 다소 관람하기 불편할 정도로 없지는 않았다는 거. 주말에는 전시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가급적 평일에 가시길..

어쨌든 전시 끝나기 전에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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